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일 오전 청주 흥덕구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한국은 지난달 26일부터 현재까지 34일 동안 코로나 백신을 88만여 명 접종하는 데 그쳤다. 하루 평균 2만6000명으로 전 국민의 1.7% 정도 접종했다. 세계 순위를 따지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지난달 28일은 일요일이긴 하지만 11명 접종했다.

이상한 점이 있다. 우리 백신 접종 역량 자체가 이렇게 느린 것은 아니다. 보건 당국은 지난달 26일 “하루 115만명까지 접종이 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지금 접종 역량의 2%밖에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위탁의료기관을 2만 곳으로 늘릴 수도 있어서 접종 속도를 더 높일 역량도 갖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 때도 하루 평균 8만2000명을 접종한 바 있다.

접종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은 백신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그런 티를 안 내려고 접종 일정을 접종 능력보다 훨씬 못 미치게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들어와 있는 백신은 총 269만회분이다. 우리 접종 능력을 총 가동하면 3일이면 다 맞힐 수 있다. 확보한 백신은 하루라도 빨리 접종하는 것이 방역 측면에서 유리한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하루에 2만여 명씩 찔끔찔끔 접종하는 것은 ‘우리도 백신을 맞고 있다'는 선전을 이어 가려는 것 아닌가. 실제로 정권 방송들은 거의 매일 백신 접종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이 장면만 보면 한국이 마치 백신 접종이 대량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저온 유통, 복잡한 접종 순위 등 어려움이 없지는 않지만 백신 접종이 끊기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나라들은 사력을 다해 백신 접종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백신만이 코로나 사태를 끝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고 일상 회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최근 하루 평균 275만회의 백신을 접종했다. 미국 인구의 29%인 9600만명이 최소 한차례 이상 백신을 맞았다. UAE, 우루과이, 칠레 같은 나라는 하루 인구의 1% 정도에 백신을 놓고 있다. 백신 확보에 실패한 정부가 마치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려고 매일 TV에 백신 접종 화면을 내보내는 것을 보면 쓴웃음이 나온다.